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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 연극치료 단상(斷想)
 용인춘추  | 2013·01·15 15:17 | HIT : 2,024 | VOTE : 352

단풍이 유달리 고운 올 가을, 여러 대학에서 연극치료 관련 특강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처음 연극치료를 시작할 무렵만 해도 사람들은 연극으로 어떻게 치료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부정

적이거나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어느 새 시간이 흘러 연극치료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매우 감사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석연치 않은 그 무엇인가가 내 마음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어느 여자 대학, 학생들에게 평소 자신이 주로 느끼는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라고 하자 7, 80%의 학생들이 무기력과 좌절을 선택하고는 눕거나 외면하는 조각상을 만든다. 또 다른 어느 대학, 강의실을 꽉 채운 학생들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많은 질문들을 쏟아낸다. 정말 연극으로 치유될 수 있는가? 친구가 우울증에 빠져 있는데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 부모님의 문제를 역할극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등등. 또 다른 대학에서의 에피소드. 연극치료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은 자원하라고 하자 어떤 남학생이 나와서 자신의 왕따 경험을 이야기한다. 마치 기억 속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부들부들 떨면서. 학생들은 그 친구가 자기의 분신인 듯이 집중하며 그를 지켜본다. 내 안의 뭔지 모를 느낌은 바로 이것이었다. 지금 이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든지 치료를 필요로 한다는 것. 그만큼 우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병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연극치료가 널리 알려진 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의 병이 많이 깊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것. 치료의 출발은 그 사람의 문제를 파악하기, 즉 진단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기준점은 건강함이다. 그렇다면 건강함은 과연 무엇일까? 어느 저명한 의사가 건강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건강함이란, 내가 지금 무엇인가 필요한데 나에겐 없고저 사람에게 있어요. 그럴 때 그 사람에게 다음에 갚을 거라고 하면서 지금 그것을 나에게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것 입니다.” 이 탁월한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의 하였고 몇 년간 건강함의 정의로 사용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의문이 들었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아무리 나에게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당당하게 도와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건강한 것이 아니란 말일까? 생각을 거듭한 끝에 나는 건강함의 정의는 지극히 개별적인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이후 나는 치료사들에게 진단에 있어서 그 사람을 가장 그 사람답게 보는 눈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건강함의 기준을 너무 높이 두지 말라고 강조한다. 이제 연극치료의 관점에서 자신의 건강함을 알아보도록 하자. 연극치료는 연극이 매체인 만큼 연극의 모든 본질적인 요소들이 그대로 적용된다. 그 중에서 연극

의 삼 요소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건이다. 우선 시간의 요소부터 보자. 당신은 지금 당신의 현재 속에 과거와 미래가 어떻게 존재하는지 알 수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건강함을 넘어선 도사일 것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과거와 미래에서 미래에 조금이라도, 최소한 49:51이라도 더 큰 비중을 두고 현재를 산다면 당신은 분명 건강한 사람이다. 다음으로 공간. 현실의 공간과 상상의 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당신은 건강하다. 여기에서 좀 더 나아가 추억 속 고향과도 같은 공간이 있다면 더욱 좋다. 하다못해 어린 시절 당신이 갖고 놀던 장난감이나 인형, 종이딱지 또는 구슬이나 공깃돌과 같은 온갖 잡동사니들로 가득 찬 책상 서랍처럼 생각만 해도 즐겁고 편안해지는 그런 공간이라도 족하다. 세 번째 요소인 사건은 역할과 관련되는데, 상처 입은 그 시점 자신이 어떤 역할이었는지, 또한 상대의 역할과 자신과의 관계를 분명히 안다면 당신은 건강한 사람이다. 같은 실수를 거듭하면서도 조금씩 나아질

것이니까 말이다. 정말로 많이 아픈 사람들에게는 시공간도 사건도 모두 뒤죽박죽으로 얽혀있다.

그래서 그들은 사회 속에서 살아갈 힘이없다. 사회 속 자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는 상상할 수 있는 힘도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힘도 없다. 그래서 연극치료 작업은 그들에게 바로 이 두 가지, 상상력과 자연을 되찾아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른 어느 곳보다도 단풍이 더욱 예쁜 학교 교정, 그 아름다움을 즐기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나는 속으로 그들의 건강함을 확인하며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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