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9 (Wed) 05:52    
 
홈 > 칼럼/오피니언 > 용인시평

TOTAL ARTICLE : 76, TOTAL PAGE : 1 / 4
[444] 통치’와 ‘정치’
 용인춘추  | 2013·03·31 11:32 | HIT : 2,057 | VOTE : 329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한 달이 지났다. 임기 초반 국정 운영 지지도는 역대 대통령 중 최악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같은 기간 지지도보다도 낮다. 정부조직법이 통과됨으로써 정부의 얼개는 갖췄으나 여전히 일부 장관과 차관, 외청장들의 인사청문회와 임명 절차가 남아 있는 상태다. 인선이 지연되는 것 못지않게 대통령의 인사방식을 둘러 싼 비판이 적지 않다. 낙마한 고위공직자 후보자도 인수위와 청와대비서관을 포함하면 11명에 달한다. 대선기간 중 내세웠던 경제민주화, 정치쇄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한 분위기이다. 경찰청장의 임기 보장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고, 측근인사를 배제하겠다던 공언도물건너 갔다. 작은 청와대를 지향하겠다던 방침도 공수표가 됐다. 대탕평과 국민통합의 공약을 실천해 나감으로써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려는 지향점은 어딘가 왜소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초반 유례없이 낮은 지지율과 인선의 실패를 거듭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첫째, 혹시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하고 국민의 과반의 지지를받아 대통령에 선출된 것이 국민으로부터 제약받지 않는 전권을 위임받은 것처럼 통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전형적인 위임민주주의(delegative democracy)의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대통령의 의지가 지고지선(至高至善)의 것이라 해도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출된 것이 자의적인 권력행사를 추인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여당은 집권세력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으나, 입법부를 형성하고 있는 국정의 비판과 견제 세력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성찰해야 한다. 여야의 정부조직법 협상에 청와대가 여당에 협상력과 재량권의 범위를 협량하게 부여한 것을 보면,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입법부에서 입법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수립될 수 없는 것이고, 그것이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게 만든 대의제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해서 하는 말이다. 셋째, 정치란 얼마간의 소모적이고, 비효율적인 과정을 수반한다는 평범한 사실에 천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의 허가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존치시키는 사항과 종합유선방송의 변경허가 때 허가나 재허가와 마찬가지로 방통위의 사전동의를 받게 하자는 야당의 주장을 여당이 수용하여 정부조직법이 최종 타결되는 과정에서 청와대는 정치적 논쟁을 소모적으로 보는 듯한 인식의 일단을 내비쳤다. 정책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수혜계층이 있는가 하면, 피해를 보거나, 혜택을 덜 보는 집단이 생기게 마련이다. 정책수립과 집행이 번번이 비판과 반대에 직면하는 이유이다. 반대를 설득하고, 합의를 도출해 나가는 과정은 그래서 지난(至難)한 과정일 수 있다. 그 복판에 정치가 존재한다. 정치란 갈등의 조정이기도 하지만, 가치를 분배하는 것이기도 하다. 세력 대 세력의 쟁투이면서 상대를 포용할 수도, 관용의 전략을 베풀 수 있는 것도 정치다. 그래서 정치는 가능의 예술이다. 특히 대통령제하에서 행정부와 의회의 대립은 숙명적이다. 내각제와 다른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권세력은 선출해 준 유권자들에게 지는 수직적 책임성뿐만이 아니라, 여타의 국가기구들과의 수평적 책임성도 함께 져야 하는 것이다. 정부조직법 최종 협상에서 보인 여권의 양보는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정부조직법 협상에서 보여 준 야당의 행태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여전히 국정을 책임지는 집단은 집권측이다. 비선라인에 의해 이루어진 인선에서 나타났던 오류는 국정이 대표기구나 공적영역에서의 논의와 검증을 거치지 않고 이루어진데서 비롯된 것이다. 비공식적이고 사적인 연줄에 의한 인선이나 정책 수립은 화(禍)를 자초하기 마련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협상에서 나타난 여야의 정치력의 부재는 결국 다시 정치의 복원을 돌아볼 수 밖에 없게 한다. ‘통치’가 사라지고, ‘정치’가 자리잡을 때, 지루하고 일면 낭비적으로 보이는 과정과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요체임을 선명하게 각인시키는 단초가 될 것이다. 물론 그것은 ‘최소한’이다. 그리고 ‘절차적’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실질적’민주주의의 확립이다.

  
76   [458] 향기로운 삶  용인춘추 14·03·28 4234 422
75   [457] 우리 삶 속에 살아 있는 인문 정신  용인춘추 14·03·17 3025 536
74   [456] 조금 다른 것은 분명 다른 것이다  용인춘추 13·12·12 3403 550
73   [455] 단풍에 물들다  용인춘추 13·11·24 3408 542
72   [454] 할로윈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용인춘추 13·11·10 3963 583
71   [453] 영화 〈소원〉을 통해 본 아동성범죄에 관한 법률과 회복적 사법  용인춘추 13·11·05 3170 479
70   [452] 대화록 삭제 관전법  용인춘추 13·11·05 1774 403
69   [451] 원자력 발전, 그 문제점  용인춘추 13·11·05 1887 408
68   [450] 국정원 댓글 사건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용인춘추 13·11·05 1770 378
67   [449] 대학의 정체성과 근본적인 가치  용인춘추 13·11·05 1598 360
66   [448] 혹시 취업이 걱정되시나요?  용인춘추 13·11·02 1704 447
65   [447] 전문가가 되는 네 가지 단계  용인춘추 13·10·31 1769 416
64   [446] 교육 한류  용인춘추 13·09·13 1898 560
63   [445] 행복한 삶, 행복한 나라  용인춘추 13·04·30 2200 461
  [444] 통치’와 ‘정치’  용인춘추 13·03·31 2057 329
61   [443] 내가 용인대 신입생이라면  용인춘추 13·03·19 2469 537
60   [442] 한중 수교 20주년과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  용인춘추 13·01·21 2407 495
59   [441] 연극치료 단상(斷想)  용인춘추 13·01·15 2264 423
58   [440] “직업을 넘어 직장으로, 스펙만이 아닌 스토리를”  용인춘추 12·11·15 2439 463
57   [439]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고령화정책 방향  용인춘추 12·11·09 2515 514
1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