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28 (Mon) 16:28    
 
홈 > 칼럼/오피니언 > 부아칼럼

TOTAL ARTICLE : 81, TOTAL PAGE : 1 / 5
[443] 잔설과 오래된 미래
 용인춘추  | 2013·03·19 15:40 | HIT : 2,116 | VOTE : 448

어느 공상과학 영화에서 설정한 것처럼 빙하기가 갑자기 닥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지독하게 추웠던 겨울도 시간에 밀려 가버리고 이제는 응달에 남아 있던 잔설도 다 녹고 양지에선 새싹이 솟아오른다. 겨울이 아무리 위세 당당하고 혹독해도 시간이 지나면 스러져갈 수밖에 없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 것이다. 그렇게 보면 그 추위 속에 아웅다웅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유리공 속의 마을 모습처럼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얼마 전 러시아 쪽에 떨어진 별똥별의 무시무시한 위력을 듣노라면 인간 세상의 흥망성쇠는 공깃돌 놀이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마치 수조 속에서 힘차게 헤엄치고 있는 열대어들이 히터와 여과기를 꺼버리면 몰살하게 되는 것처럼 인간이 이루어놓은 것도 더 없이 나약해보인다.사실 이제는 사계절이 아니라 여름-겨울 둘 뿐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많이 달라졌고, 그 마저도 ‘혹한’이나 ‘폭서’ 같은 단어의 참의미를 알려주려는 듯이 계절은 독해졌다. 그렇게 전 세계적으로 온난화니 기상이변이니 하는 말들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한쪽에서는 냉동고 속처럼 춥고 모든 것을 눈 속에 파묻어버리고, 다른 쪽에서는 건조한 열풍이 대지를 태워버린다. 한 쪽에서는 웬만한 나라 크기의 사막화가 진행되고, 다른 쪽에서는 아름다운 풍광의 섬들이 물에 잠긴다. 이 지구의 모든 생명과 자원을 지배하고 통제하는 것처럼 굴어왔던 인간들을 무척이나 겸손한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순간이다. 작고 나약한 인간들은 그렇게 이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 있다. 동굴생활을 하던 때부터 시작해서 불과 이백여 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배고픔이 일상인 궁핍한 삶을 살았다. 특권계층이나 부자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굶주림과 감자 같은 구황작물의 일상 친숙했다. 그러다가 산업혁명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엄청나게 많은 식량과 상품과 에너지와 자본을 누리게 되면서 사회는 차고 넘치게 되었다. 더 많은 생산을 위해 더 많은 소비를 장려하고, ‘먹을 것’을 뜻하는 diet를 ‘살빼기’의 의미로 바꿔 쓸 정도로 사람의 몸도 과잉에 익숙해졌다. 먹는 것 뿐 아니라 일하는 것도 노는 것도 모두 지나칠 정도이다.절약과 절제는 쿨하지 못하고, 탄소발자국은 먼 나라 이야기이다. 더 많이 만들고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버리고 다시 더 많이 만드는 악순환의 자전거 페달에서 아무도 감히 내리지 못한다. 지금 이 난국을 벗어날 길은 불황 탈출과 경제 활성화뿐이라는 주장에 감히 다른 의견을 세우지 못한다. 인류 역사상 최고로 풍요로웠던 지난 이백 년이 어쩌면 탐욕에 뿌리를 둔 빚잔치였음을 감히 인정하지 못한다. 사실 우리는 인류의, 아니 지구의 미래를 끌어다 지금까지 신나게 잔치를 벌인 셈이 아닌가. 이제 잔치가 끝났음을 알릴 때가 되었다. 비록 온난화와 위기, 파국을 외치는 환경론자들의 주장이 상당 부분 과장된 것이고 편향된 것이라 공격하는 반대편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산업화 이후 인간은 지구의 유한한 자원을 너무 많이 사용했다.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물과 무생물의 것인 지구를 독점하다시피 했는데, 자원을 재생 혹은 복원 불가능하게 사용한 인간의 흔적인 현대 문명을 먼 후대는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이런 우울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가 문득 정신이 드니 햇살이 환하고 따뜻하다. 새들도 해바라기를 하러 나왔는지 시끄럽다. 그리고 까르르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개학이다. 캠퍼스는 다시 북적거리고 소란스럽다. 그렇게 일상은 다시 시작되었다. 학생들 일부는 떠났고 대부분은 다시 오고 또 몇 사람은 새로 시작한다. 이들이 모여서 같으면서 또 전혀 다른 한 해를 시작한다. 꿈과 희망과 사랑으로 가득한 새 출발에 절약과 절제도 같이 화두에 올려놓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아끼고 나누는 방법도 함께할 것이다. 궁핍한 미래를 달갑게 받아들이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도 얘기할 것이다. 아, 그런데 점점 불어나는 이 허리는 나잇살일 것이다.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81   [462]노작 교육  용인춘추 14·06·02 3922 487
80   [461] 구겨진 휴지조각속의 기억들: 나는 누구인가?  용인춘추 14·05·12 2726 470
79   [460]4월의 노래  용인춘추 14·04·21 3491 472
78   [459] 세대간 계승으로서의 한문  용인춘추 14·04·12 2970 448
77   [458] 지난 대학시절을 후회하면서  용인춘추 14·03·28 2788 474
76   [457] ‘별에서 온 그대’ - 한류의 새로운 바람  용인춘추 14·03·17 2806 433
75   [456] ‘응답하라 2013’ 대학생들이여  용인춘추 13·12·12 1880 374
74   [455] 뇌건강에 좋은 음식  용인춘추 13·11·24 1862 368
73   [454] 국민건강, 생활체육 활성화에 주목하자  용인춘추 13·11·10 1735 408
72   [453] ‘쓸모없는’ 잉여가 아닌 ‘잉여로운’ 자들이 꿈꾸는 세상을 기다리며  용인춘추 13·11·05 1691 400
71   [452] 시험제도에 대한 단상  용인춘추 13·11·05 1848 462
70   [451] 지속가능한 개발  용인춘추 13·11·05 1739 366
69   [450] 오늘날 대학생에게 필요한 학문의 자세  용인춘추 13·11·05 1875 416
68   [449] 역사적 반추를 통한 ‘사회안전망’으로서 경호(警護)  용인춘추 13·11·05 1703 349
67   [448] 희망! ‘창조캠퍼스’ 만들기  용인춘추 13·11·02 1727 460
66   [447] 왕상무의 자존감  용인춘추 13·10·31 1714 456
65   [446] 정보 홍수 시대의 서동요  용인춘추 13·09·13 2017 423
64   [445] 응답하라! 2013  용인춘추 13·04·30 2021 375
63   [444] 늑대와 여우  용인춘추 13·03·31 2355 405
  [443] 잔설과 오래된 미래  용인춘추 13·03·19 2116 448
12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