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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7] 왕상무의 자존감
 용인춘추  | 2013·10·31 15:46 | HIT : 1,748 | VOTE : 464

옛말에 시집살이를 심하게 당한 시어머니들이 며느리들을 더 잡는다는 말이 있다. 이런 확인되지 않은 애기를 일반화 할 만큼 순진한 사람은 아니지만 가끔은 그 말이 그저 하는 말만은 아니구나 하고 느낄 때가 있다. 아침드라마나 주말드라마에서 자주 홀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을 소재로 삼는 것은 이런 얘기의 일반화를 부추기는 면도 없지 않으나, 이러한 담화가 그만큼 주변에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기도 할뿐 아니라 이러한 갈등의 원인에 대해서 웬만한 한국여성이라면 어렵지 않게 개연성 있는 추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과거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사람일수록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없고 이기적인행동을 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심리학자가 있다. 스탠포드 대학의 지텍 교수와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과거에 부당한 공격을 받았거나 잘못된 대우를 받았을 때 사람들은 피해의식을 가지게 되고 이러한 잘못된 공격이나 대우를 한 사람에 대해 분노를 느끼게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경험과 피해의식으로 인하여 또 다시 잘못된 공격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빠지게 되어 부당하다고 스스로 생각한 지배구조에 집착하게 되고, 나아가 나는 타인들에게 더 나은 대접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보상심리로 더 이기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모 대기업의 임원이 기내에서 여성 승무원을 못살게 굴었다는 일이 알려지게 되면서, 인터넷과 SNS에서 이에 대한 담론이 풍성하다. 사람들은 사회적 지위가 꽤 높고 교육받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 승무원을 대상으로 그토록 억압적이고 굴욕적인 언사를 행하며 심지어 폭력까지 저질렀다는 데 대해 분노하였고, 마침내는 그를 현재의 직위에서 끌어내리게 하였다. 그리고 그 대기업은 서 둘러 사과성명을 내고 이러한 일의 여파를 차단하는데 급급하였다. 그러나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과 우리사회에서 비일비재한 권위를 이용한 폭력적인 억압과 지배구조의 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까지는 연결되지 못한 것 같다. 그나마 최근 읽은 CBS방송의 변상욱 기자의 칼럼 내용이 흥미로웠다. 그는 타인에 대한 배려 없고 독단적인 권력지향의 태도를 보이는 그의 행동을 뇌과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였다. 그는 캘리포니아대학의 켈트너 박사의 연구를 예로 들면서, 조직 내에서 권력을 쥐게 되면 대접받고, 아부에 길들여지고, 지시를 내리는데 익숙해지게 되면서 타인을 과도하게 압박하고 타인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하는 경향이 짙어지는데, 이러한 행동은 뇌의 전두엽 중 ‘안와전두피질 손상환자’와 비슷한 행동이라고 하였다. 또한 권력을 쥐면 테스토스테론과 그 부산물이 증가하는데 이것은 마약을 복용했을 때의 증상과 비슷하다고도 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행동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면 빨리 노력을 하여 바로 잡지 못하면 정신병환자나 중독자 수준의 심각한 해악임을 경고하였다. 그러나 정작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가 이끌어내야 할 담론은 승무원 폭행사건의 당사자의 부조리한 행동에 대한 비난이 아니라, 우리사회에 만연한 권위주의적인 문화와 부당하고 억압적인 지배 및 불통의 구조, 그리고 그 속에서 상처 입은 우리 자신들의 심리상태에 대한 깨우침이어야 할 것이다. 집단주의적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한국의 조직문화로 인하여 우리는 어디서든 금방 상하 관계를 결정하고 그러한 관계를 결속하기 위하여 권위를 내세우고 수직적인 계통체계를 쉽게 만들고는 한다. 굳이 시어머니와 며느리 또는 회사의 임원과 부하직원들 사이에서만 이렇게 억압적이고 부당한 지배구도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학교의 선배와 후배들 사이에, 선생과 학생들 사이에서, 손님과 직원들 사이에, 또래집단 내에서도 힘센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 사이에서, 회사의 정식 사원들과 계약직사원들 사이에, 그리고 가진 자와 못가진 자들 사이에서 우리는 너무나도 쉽고 익숙하게 이러한 지배구도를 형성하고는 한다. 그리고 이러한 수직적인 지배구도 속에서 우리들은 더욱더 피해의식과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보이지 않는 폭력과 억압은 고착화 될 것이며 그로 인한 상처는 더 이상 치유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철학자인 롤즈(J. Rawls)는 그의 역작 ‘정의론’에서 “우리의 자존감은 보통 타인들의 존경에 달려 있으며 ..(중략).. 스스로를 존중하는 사람들은 상대방도 쉽게 존중하게 되며 타인을 존중하는 사람들은 자신도 존중하게 됨을 설명하며 정의로운 사회와 평등의 원칙을 실현함에 있어 인간의 상호존중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강조한다. 아동심리학에서는 자존감이 낮은 아이일수록 타인과의 공감능력이 부족하여 또래간의 원만한 관계 형성을 못하고 사회성을 키우지 못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며, 부모의 자존감이 아이의 자존감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도 한다. 또한 자존감이 낮은 교도소 재소자들일수록 분노감과 적대감 그리고 신체적 공격행동이 증가하고 인지적인 정서조절이 어렵다는 연구결과도 최근에 발표된 바 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주변사람들을 괴롭히고 억지스럽게 존경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뒤에서 비난하며 화를 내기 보다는 차라리 동정심과 자비심을 베풀어 그가 자존감을 찾을 수 있도록 기도해주어야 할 것이다. 불안전한 심리상태와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수직적인 위계사회 속에서 타인의 아부와 굴종을 통해서만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스스로를 사랑할 줄 모르는 상처받은 자아를 불쌍히 여기고 그의 치료를 도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치열한 경쟁과 서열화 된 현대 사회 속에서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은 나 자신과 내 주변을 돌아보는 것도 필요할 듯하다. 나 자신은 스스로를 얼마나 존중하고 내 주변사람들을 얼마나 잘 배려하면서 살고 있는지, 그리고 내가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존경과 존중은 얼마나 진정성이 담긴 것이었나에 대한 질문을 이쯤에서 해봄직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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